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회사에서 일한 지 어느덧 3년이 흘렀습니다.
3년 차에서 4년 차로 넘어가는 지금, 하나의 책갈피를 꽂는 마음으로 회고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회고 글을 시작하며
먼저, 이 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커리어 여정을 간략히 설명해 볼까 합니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기 전부터 공부방에서 일을 했습니다. 아르바이트였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던 저의 열정이나 준비 시간, 마음가짐은 커리어라고 인정해 주고 싶어요. 대학생 내내 인턴을 하기 직전까지 3년 반, 공부방에서 일하던 중이나 인턴십이 끝난 후 과외로도 1년 반 가까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전까지 약 5년간, 제가 아는 것을 설명하는 일과 함께해 왔습니다.
공공 기관에서 인턴십을 했습니다. 좋은 팀장님과 인턴 동료를 만나서 정말 크게 성장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박사님이신 팀장님 덕분에 프로젝트를 하며 자연어 처리 분야에 발을 들이고, 논문도 써보고, 외주 기업과 협력하며 플랫폼 개발에 기여하고, 엄청난 양과 시간을 들인 데이터 분석 보고서도 작성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결과 인턴십 우수상을 받았고, 추가 근무 제안을 받아 3개월 더 일하면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기회도 얻었습니다. (부끄럽지만) 학부생 신분으로 국내 학회에 논문을 게재하는 값진 경험도 했습니다.
그 후 현재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첫발을 떼고 나서 마치 에에올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처럼 정신없이 3년이 흘러버렸습니다. 검색엔진 전환, 버티컬 사이트 검색 제공, 검색어 모니터링, 검색 화면 신규 섹션 제공, 검색 지표 대시보드 제작, 자동완성 기능 제공 등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도 많습니다.

KPT나 4L 같은 구조화된 방식으로 회고를 할까 고민했지만, 이번 글에서는 회사에서 어떤 태도를 배웠는지를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후회나 문제점을 돌아보기보다, 배운 점을 중심으로 기록해보려 합니다.
1. 소통
사람은 평생 설명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20대 초반부터 체감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타인은 저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해의 깊이가 더 얕거나 깊거나, 혹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주저 없이 공유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의사소통이 명확하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슈를 파악한 후에는 빠르고 투명하게 공유하고, 해결 가능한 방안을 제안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이슈 상황에서도 다음 단계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직무와 조직의 특성을 고려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지만, 데이터 조직이 아닌 팀에 속해 있다는 점, 백엔드 팀장님께 제 업무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며 일할 때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고, 제 기여가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비전공자와의 소통을 위해 100레벨 테크 세션(예: 임베딩 기초 설명)을 진행하거나, 기획팀과의 모델링 방향성 회의에서 예시 자료를 충분히 준비해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등의 노력이 데이터/ML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기록
신입 시절,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록이었습니다. ‘기억을 기록으로 보완한다’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여러 차례 직접 피드백을 들으며 그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덕분에 ‘지난 3년의 히스토리를 다 기억하는 역사책’이라는 농담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방대한 IT 지식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단 하나, 기록이었습니다. ‘뭐든 일단 적고 보자!’라는 태도는 입사 첫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기록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개인 업무 기록
업무 중 발생한 이슈나 새로운 업무에 대한 가이드를 상세히 기록합니다. 같은 업무를 다시 맡거나, 연관된 업무를 할 때 기억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업무 결과물과 성과를 함께 남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니터링 알림을 받을 수 있는 배치 서비스를 개발했다면,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수준의 모니터링이 가능했는지, 실제로 도움이 된 사례는 무엇인지까지 기록해둡니다.
2) 공유된 업무 기록
회의록이나 프로젝트 기획서처럼, 팀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기록들입니다. 회의 내용을 전부 적기보다, 합의된 사항을 공통된 언어로 정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단어나 뉘앙스까지 고려해, 회의에 참여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3) 공유를 위한 기록
특정 기술이나 정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작성하는 기록입니다. 비전문가에게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해야 하므로 가장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장님이나 다른 직군의 동료들에게 제 업무를 설명하고 신뢰를 쌓거나, 컨퍼런스에서 배운 내용을 팀에 공유하거나, 테크 세션·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공유를 위한 기록을 해왔습니다.
이 외에도,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던 기록은 노션에 정리한 [Dictionary for me] 페이지였습니다. 데이터 직군이 아닌 백엔드 팀에서 신입 생활을 시작한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API가 뭐예요?" 수준이었던 저에게, 회의에서 들리는 생소한 용어들은 하나의 장벽과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용어는 전부 적어두고 하나씩 공부해 나갔습니다. 부끄럽지만, 이 사전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공부를 했어도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요… 😅

3. 꼼꼼함
마지막 키워드는 꼼꼼함입니다.
이는 회사에 와서 새롭게 발견한 제 강점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는 꼼꼼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주변에서는 저를 꼼꼼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그렇게 보이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요. 한 글자 한 글자 세세하게 살피는 성향이라기보다는, 기획이나 개발 로직의 디테일과 파생될 수 있는 엣지 케이스를 빠르게 인지하는 능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를 ‘논리적인 상상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획서를 볼 때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케이스를 떠올립니다.
"이렇게 개발하면 특정 상황에서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까?"
"이 정책이 적용되면 기존 서비스 흐름과 충돌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제가 남긴 기록이나 개발 히스토리를 잘 기억하는 것과 결합되어 더욱 시너지를 냅니다. 특히, 맡고 있는 서비스의 정책이 복잡하고 기능이 다양하다 보니, 과거 히스토리를 많이 기억하고 있을수록 빠르게 모든 케이스를 훑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아가며
지금까지는 지난 3년간 어떤 태도로 일해 왔는지, 어떤 강점을 바탕으로 버텨왔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먼저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잘 버텼다!

Every new discovery is just a reminder -
… We’re all small and stupid
그렇지만 여전히 매일 발견합니다. 난 아직 멀었구나, 어리석구나! 하고 말이죠.
이제 겨우 4년 차, ‘주니어를 벗어나야 할 것 같은’ 시점에 도달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떤 태도를 중심으로 성장해 나갈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1. 우선순위 정하기
업무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우선순위 설정입니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업무 창을 띄워놓기보다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차례대로 해결해 나가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업무 우선순위는 서비스의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팀 리더와 협의해 결정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웠던 일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이 생겨 자연스럽게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전체 숲을 보는 눈’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순위는 개인이 맡은 업무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개발 범위에도 적용됩니다. 모든 기능과 엣지 케이스를 한 번에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주어진 기간 안에 모든 것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따라서 비즈니스 임팩트가 가장 큰 부분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나머지는 이후 고도화 작업으로 리스트업하는 판단력이 중요합니다.
2. 데이터를 근거로 의견 말하기
프로젝트 진행 중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방향성을 결정할 때, 비즈니스 임팩트와 유저 영향력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결국, 데이터 기반 사고방식이 성과를 내는 데에도, 의사결정을 설득하는 데에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내 서비스의 지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지표 전반에도 관심을 가지려 합니다.
데이터 직군으로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의미 있는 방향으로 기여하는 것, 그것이 사내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추출하고, 그 데이터를 근거로 논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이러한 실천이 쌓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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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처럼 크게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4년 차를 맞이하려 합니다.
일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업무의 질적인 도약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어떤 키워드가 남아 있을지, 어떤 지식이 쌓여 있을지 기대됩니다. 그 미래를 위해서.. 인공지능 최신 트렌드나 활용에 관한 기술적인 공부, 이커머스 검색과 추천에 관한 도메인 지식, 매일 봐도 어려운 인프라, 서버, 네트워크, … 등 공부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지난 3년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씩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신규 기능을 만들어 가다 보면 어느새 또 3년이 훌쩍 지나있겠죠. ㅎ 시간 사이로 노력이 쌓이면 언젠가 주니어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4년 차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지만 지난 3년간 큰 성장을 하게 해 준 회사와 수많은 프로젝트와 주변에 있는 (혹은 이미 떠난…) 동료들에게 감사하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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